욕하지 마!야단은 안통해요

졸라 재밌어.” “이런 ×××.”

요즘엔 아이들이 욕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자녀의 입에서 이런 욕설이 튀어나오면 어떤 부모라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욕설은 이제 일부 문제 아이들만의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를 크게 혼내거나 아예 내버려두는 일이 많은데, 이런 방법으로는 아이의 욕하는 습관을 바로잡기 힘들다. 아이들의 욕하는 습관을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령별로 알아 본다

◆혼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아이들은 언어를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욕도 배우게 된다.

어른들이 부부싸움을 하거나 아이들을 혼낼 때 쓰는 거친 말이나 TV 영화 인터넷 등에서 나오는 속된 표현을 들으면서 아이들도 흉내 낸다.

이 시기는 대략 4, 5세 정도로, 심한 욕설보다는 ‘바보’ ‘똥개’ 같은 가벼운 욕을 하게 된다. 어린이들은 욕의 뜻을 알고 하기보다는 그 발음 자체를 재밌어 한다. 또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혼내는 것만으로는 이 시기 아이들의 욕하는 습관을 바로잡을 수 없다. 특히 욕의 뜻을 잘 모르는 아이를 야단치는 것은 혼나는 이유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 별 효과가 없다.

이때는 부모가 “그런 말은 나쁜 뜻을 가지고 있어. 누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너도 하면 안 되겠지”라며 차분하게 욕의 의미를 설명한다. 또 “그런 나쁜 말을 하면 엄마는 너랑 이야기하지 않을거야”라고 하면서 욕을 하면 부모의 관심이 도리어 멀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게 좋다.

또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다 보면 자녀에게 ‘사람들에게 욕을 해도 상관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욕보다 재밌는 표현을 찾아줘라=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면 친구가 많아지는 등 또래 관계도 활발해진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어른들의 욕을 따라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친구들로부터 새로운 욕을 배우게 되고 상스러운 표현도 알게 된다.

인터넷이나 TV, 영화 등 각종 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접촉하면서 알게 되는 욕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주로 자신들만의 욕을 쓰면서 어른들과는 다른 집단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소속감이 강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욕과 함께 속된 표현의 은어나 속어도 배우게 되는데, 욕을 하는 것과 같이 자신들만의 소속감을 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들은 상스러운 욕과 가벼운 의미의 은어·속어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 자연스럽게 욕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 물론 따끔하게 혼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욕해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꾸짖기만하면 반감을 살 수 있다.

또 다양한 문학 작품 등을 접하도록 해 욕이나 은어, 속어를 대체할 재밌는 우리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이때는 부모들이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의 대부분은 부모가 무심코 던지는 욕설을 배운 것인 만큼 자신이 화내거나 야단 칠 때 욕을 하지는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남에게 상처주는 욕, 이유를 찾아 제거하라=초등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는 욕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따라서 이전까지 재미로 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욕하는 학생이 많아지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부모나 교사, 친구와의 관계 등 원만하지 않은 사회적 관계나 지나친 학습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등이다.

또래 집단과의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나쳐 험한 욕설을 담는 일도 있고, TV,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워낙 많은 욕설을 접하다 보니 욕에 대한 감각 자체가 무뎌지는 일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욕을 하면 상대방이 움찔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남을 화나게 하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경우다.

욕을 심하게 하는 아이들은 이처럼 무언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욕을 하는 습관에 대해 지적은 하되, “누구에게(무엇 때문에) 그렇게 욕을 하고 싶니?”라고 물어서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이때 입에 담지 못할 심할 욕을 한다고 해서 당황하게 되면 아이가 욕하는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으므로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출처 :
http://news.media.daum.net/society/education/200611/20/segye/v14775394.html?_RIGHT_COMM=R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