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친구 고르기(상)

우리 아이는 착실한데 나쁜 친구를 둬서…." 자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 학교에 불려온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거니 '군자는 우선 그 벗을 택한 후에 사귀고, 소인은 우선 사귀고 난 후에 벗을 택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실수함이 적고, 소인은 한이 많이 남는다'는 옛말이 있을까.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의 중요성은 크다. 학원이나 과외활동으로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가족이나 선생님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좋은 친구를 골라 사귀게 하고 싶다면 아이 친구의 표정을 주의깊게 살피자. 생각과 성격에 따라 얼굴 근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함께 온 친구를 "우리 반 1등"이라고 소개하면 어느 어머니건 얼굴이 환해질 것이다. 공부 잘하는 습관을 내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눈이 가늘고 유독 날카로우면서 입술이 얇다면 달리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아이들은 머리는 좋지만 이기적이고 냉정하다. 자기보다 열등한 친구를 '따'시키면서 그 우월감으로 공부 스트레스를 풀려는 경향이 있다.

눈이 동글동글하고 입술이 도톰한 아이들은 영리해 보이지는 않더라도 감성이 풍부하고 정이 많다. 왕따당하는 친구에게도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함이 있으니 친하게 지낼 것을 권할 만하다.

입을 다물어도 늘 웃는 것처럼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는 아이는 행동보다 말이 앞선다. 우리 아이가 전학을 해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하거나, 말재주가 없어 적극적으로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당분간은 이런 친구가 도움이 된다. 다른 친구들과의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고, 대변인처럼 내 아이의 입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오래 터놓고 사귈 친구감이라 하기 어렵다.

집에 데려온 아이 친구가 입이 크고 잘 다물어지지 않아 입술이 느슨하게 벌어져 보인다면 학원을 제 시간에 가는지, 학교에 지각은 하지 않는지 물어보자. 이런 아이는 너그럽고 시원하나 느슨한 면이 있어 시간관념이 부족하다. 제 마음 가는 대로 풀어져 약속시간을 어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등 맺고 끊는 부분이 약하다. 이런 친구와 함께 다니다 보면 숙제를 늦게 제출하거나 지각을 하는 등 내 아이의 시간관념도 흐려질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챙겨둬야 한다.

반대로 확실하게 다물어져 야무진 입매를 가진 아이는 정확하고 깔끔한 편이다. 자기 아이가 성격은 좋은데 꼼꼼한 면이 부족하다면 야무진 입매의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그 친구가 지나치게 입이 작고 꼭 다물어져 있다면 내성적이고 속이 좁아 다투면 화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눈이나 코가 크면서 입이 유독 작은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는 친구가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신이 주도권을 잡지 못할 때면 은밀하게 없는 이야기를 퍼뜨려 친구를 곤경에 빠트리기도 한다. 역대 간신들의 상이 대체로 그렇다.

12살 난 아들을 둔 어느 엄마가 필자에게 한탄을 했다. 평소 잘 웃고 긍정적이던 아들이 나쁜 친구들고 밖으로만 나돌더니 몇 달 사이에 성적도 떨어지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말을 하는 등 거칠어져 깜짝 놀랐다는 얘기였다. 아이들의 경우 세달 정도 부정적인 기운이 강한 친구를 가까이 하면 점차 웃음을 잃게 되고 결국 표정과 인상이 바뀐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사람은 눈썹 앞머리 부분이 찡그려져 올라가고 입술 양끝이 아래로 처져 마치 우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니 행여 이런 친구를 가까이 하는지, 우리 아이가 이런 표정을 자주 짓는지 평소 눈여겨 볼 일이다.

자라나는 아이는 성격을 고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친구는 부모.형제에 못지 않은 영향과 위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다. 공부 잘하는 친구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세상을 밝게 보는 성실한 친구를 골라 사귀도록 신경을 써 주는 것도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큰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