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좋은 친구 만들기(하) - 아이에게 화 내기 전 거울의 내 얼굴 보자

어릴 적 사진 속의 필자는 눈이 크고 둥근 코에 뺨은 통통하고 입매가 느슨한 아이였다. 인상학적 측면으로 보자면 활달하고 사교적이어서 골목대장이라도 해야 할 상이다. 그러나 실제론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요즘말로 '왕따'였던 셈인데 원인은 가족들의 과보호에 있었다. 유난히 체구가 작고 병치레가 잦아 두 오빠들이 가방을 들어주며 나란히 등교를 했다. 때문에 친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성격과 인성이 뚜렷하게 자리잡지 않은 어린아이의 경우 주변 환경이 인상을 형성하는 데 더 큰 영향을 준다. 얼굴 근육은 뇌의 명령을 따르며 어떤 근육을 자주 쓰느냐에 따라 불과 3~4개월 만에 표정이 달라진다. 내 아이가 또래와의 관계에서 원만하지 못하다고 실망스러워하거나 걱정만 하기보다는 아이의 표정을 바꾸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 가족이나 선생님. 친구 등 가까운 이들의 관심과 지도에 따라 인기있고 활달한 친구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치 있고 영리한 아이는 눈에서 빛이 난다고들 하는데, 유난히 검은 눈동자를 빨리 움직이거나 번득이며 쏘아보는 경우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아이답지 않은 눈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벌을 주거나 혼을 내기에 앞서 어머니 자신의 모습을 한번 거울에 비춰보자. 화가 났을 때 어머니의 눈빛과 말투는 고스란히 아이가 친구들과 다툴 때의 모습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 아이가 항상 어금니를 꽉 다물고 있거나 옥니라면 친구들과 속마음을 잘 털어놓는지 물어보자. 이런 아이는 생각이 많고 자기 표현이 적다. 말할 때는 혀가 이를 바깥으로 밀어내는데, 반대로 입을 꼭 다무는 시간이 많으면 이가 안쪽으로 치우쳐 옥니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에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어 친구들을 너그럽게 대할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귀밑까지 입술이 올라가게 활짝 웃는 연습을 시켜보자. 위아래 이를 16개 정도 노출하면서 크게 웃다보면 성격도 점차 개방적이고 소탈하게 변한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비교적 입이 작거나 입매가 처진 경우가 많다. 부모가 먼저 파안대소의 모범을 보여준다면 몇 달 뒤 아이의 입 모양은 적당히 커지면서 보기 좋게 올라갈 것이다.

얼굴에서 감정의 변화를 유독 잘 따라가는 부분은 입술이다. 화가 나거나 활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면 입술이 바깥으로 밀려나온다. 반대로 몸의 에너지가 떨어지거나 머리 쓰는 작업을 할 때에는 나왔던 입술도 야무지게 다물어지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바깥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기보다 책상 앞에 혼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일수록 입술이 얇거나 뺨에 화색이 돌지 않고 창백하다. 이런 아이는 먼저 학업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학업 스트레스가 줄고 가정에서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하다보면 자연히 얇게 말려 들어갔던 입술이 도톰하게 솟아오르고 얼굴에도 장밋빛이 돌 것이다.

앞서 입을 다물고 있어도 입 꼬리가 올라가 있는 아이는 나서기를 좋아하고 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너무 지나쳐서 '잘난 척'하는 아이로 인식되면 흠이겠지만, '자기 PR'의 시대인 만큼 적절히 조절하면 장점이 된다. 내 아이가 이런 입 모양이라면 주변에 얌전하고 소극적인 친구들을 도와주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겠다.

가정의 분위기가 어두우면 아이가 항상 이마를 찡그리거나 눈썹과 입술이 아래로 내려오는 표정을 짓게 된다. 등교하는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면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가 눈썹과 입술 끝을 올려 활짝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아이도 친구들에게 집에서 배운 대로 웃어주게 될 것이다.

인상학에서는 얼굴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눈.코가 큰데 유난히 입이 작거나 항상 이마가 찡그려져 있는 것은 사회화 과정에서 균형이 깨어진 것이다. 지켜야 할 것 많고 집중해야 할 것 많은 요즘 아이들은 이처럼 후천적으로 인상의 균형이 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 아이가 '좋은 친구'가 되는 비결은 가정의 편안한 분위기와 부모의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