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선생님
박윤엽 님 / 전북 익산시 신동
20여 년 전 고향의 임실동중학교에 근무할 때 나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우산이 없어 20리나 떨어진 먼 집까지 비를 흠씬 맞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비닐을 사다가 한 마씩 끊어 주는 것이었다. 우산을 미리 사다놓고 아이들에게 빌려 주면 좋았으련만`…. 비만 오면 나는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청웅중학교로 전근을 와서 뒷산의 싸리나무를 보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싸리비를 만들어 전주 시내 학교에 판 돈으로 우산을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나눠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차근히 계획을 세우고 교장선생님께 어렵게 말을 꺼냈다. 학생 안전사고를 이유로 거절당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교장선생님은 오히려 좋은 생각이라며 승낙해 주셨다.
토요일 오후, 반 아이들과 각자 준비해 온 낫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에게 위험하니 장난치지 말라는 주의를 준 뒤 각자의 위치를 알려주고 싸리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서투른 솜씨였지만 순식간에 싸리나무가 쌓였고 그것으로 손수 빗자루를 만드니 420자루나 되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전주 시내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모두 좋은 일을 한다며 흔쾌히 싸리비를 사주셨다. 싸리비를 팔러 가다 비를 흠뻑 맞는 일도 있었는데 비가 와야 이 일이 빛을 본다는 생각에 나는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그렇게 모은 10만 5천 원을 가지고 학생들과 시장에 들러 우산 64자루를 샀다. 남은 돈으로는 축구공과 배구공도 샀다. 싸리 나무 덕분에 이제 갑자기 비가 내려도 걱정이 없어졌다.
그 뒤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서도 제일 먼저 우산을 챙기는 습관이 들었다. 지금까지 19년째 비가 오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우산을 나눠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교실 캐비닛을 열면 내가 가보처럼 소중히 관리하고 있는 120여 자루의 우산이 비를 막아 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끔은 퇴근한 뒤에 창고에 앉아 우산을 고치는 일이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다. 이런 나를 학생들과 다른 선생님들은 ‘우산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좋은생각 9월호 중에서....
박윤엽 님 / 전북 익산시 신동
20여 년 전 고향의 임실동중학교에 근무할 때 나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우산이 없어 20리나 떨어진 먼 집까지 비를 흠씬 맞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비닐을 사다가 한 마씩 끊어 주는 것이었다. 우산을 미리 사다놓고 아이들에게 빌려 주면 좋았으련만`…. 비만 오면 나는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청웅중학교로 전근을 와서 뒷산의 싸리나무를 보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싸리비를 만들어 전주 시내 학교에 판 돈으로 우산을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나눠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차근히 계획을 세우고 교장선생님께 어렵게 말을 꺼냈다. 학생 안전사고를 이유로 거절당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교장선생님은 오히려 좋은 생각이라며 승낙해 주셨다.
토요일 오후, 반 아이들과 각자 준비해 온 낫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에게 위험하니 장난치지 말라는 주의를 준 뒤 각자의 위치를 알려주고 싸리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서투른 솜씨였지만 순식간에 싸리나무가 쌓였고 그것으로 손수 빗자루를 만드니 420자루나 되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전주 시내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모두 좋은 일을 한다며 흔쾌히 싸리비를 사주셨다. 싸리비를 팔러 가다 비를 흠뻑 맞는 일도 있었는데 비가 와야 이 일이 빛을 본다는 생각에 나는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그렇게 모은 10만 5천 원을 가지고 학생들과 시장에 들러 우산 64자루를 샀다. 남은 돈으로는 축구공과 배구공도 샀다. 싸리 나무 덕분에 이제 갑자기 비가 내려도 걱정이 없어졌다.
그 뒤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서도 제일 먼저 우산을 챙기는 습관이 들었다. 지금까지 19년째 비가 오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우산을 나눠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교실 캐비닛을 열면 내가 가보처럼 소중히 관리하고 있는 120여 자루의 우산이 비를 막아 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끔은 퇴근한 뒤에 창고에 앉아 우산을 고치는 일이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다. 이런 나를 학생들과 다른 선생님들은 ‘우산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좋은생각 9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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