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한 그릇의 사랑
- 좋은글 모음
- 2001. 4. 15. 05:05
취직도 안 되고 거기다 빚까지 지게된 나는 달랑 가방 하나만 메고 서울로 왔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나는 무작정 중학교 친구가 자취하는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대
학 친구 다섯 명과 단칸방에서 북적거리며 살고 있던터라 나의 등장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
이었다. 며칠 뒤부터 나는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광고를 돌렸다.빚진 돈을 갚기에
턱없이 모자랐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 감기에 걸려 가면서까지
고생스럽게 뛰었던 아르바이트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눈 앞이 캄캄했다
. '왜 살려고 발버둥치는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갑자기 맥이 풀리면서 나는 3일동
안 심하게 앓았고 내내 잠만 잤다.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안타까워 했다.
사흘 만에 기운을 차린 나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동안 아파
서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배가 몹시 고팠다. 간신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는데, 국수와 밥이
나란히 놓인 상이 차려져 있고 쪽지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많이 힘들지? 아파도 힘들어도
열심히 살려는 네 모습 참 보기 좋았어. 이번 일은 나도 마음이 아파. 그러나 이 정도로 쓰
러진다면 천하의 네가 아니잖아? 힘내라.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맛있는 거 만들어 주
고 싶었는데..." 친구는 나를 위해 집에 남아 있던 마지막 쌀과 반찬으로 상을 차린 것이었
다. 그날 나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의 사랑으로 꽉 찬 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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