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날....(펌글)


*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 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말하기 전에 항상 '응' 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난 알고 있다.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 받을 때는 그냥 웃는다.

내색을 안 하는 그녀지만 기분이 좋으면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 전 모두 잠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긴 머리는 아니지만

항상 적당히 머리를 기르고 다니며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주말까지는 흰색 머리핀을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부른다는 것도 난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있다.

그리고 난, 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 한 잔이 그의 것인지를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 하는 날 목욕을 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이 긍정이란
의미임을 모른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 얼마나 그와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끈 방안에의 어둠안에서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는지 그는 모른다.

난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몇 년 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을 못하며,  그가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억양을 넣는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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