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를 끔찍히 사랑해 주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충분히 미쳐 있던 상황에서도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려던 오른손을 모질게
내려버리고 돌아서 버린 것입니다.
그 다음 순간부터 그렇게 모질게 내려졌던
오른손은 더 이상 나를 위해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수저를 들던 일도,
칫솔질을 하던 일도,
운전대를 잡던 일도 모두 잊은 듯,
빈 술잔을 채우는 일과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 외에
다른모든 움직임을 멈춰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오른손에게
나를 위해 움직여 주기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처럼 나만을 위해 움직여 주기를 바라기에는
그대의 눈물을
한번만 더 닦아주고싶어 했던 오른손에게
나는 너무나 모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발 이러지 마.
그렇게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미쳐가고 있어.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있던
오른손은 고맙게도
하던 일을 멈추고 술잔을채워주었고,
그 술잔을 다시 비웠을 때 내가 울었는지
오른손이 울었는지 충분히 젖어버린 손 끝으로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압니다.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귓볼, 그 머리칼, 그 손길이 얼마나 다정했었는지를.
살아오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고 살아가면서
두 번 다시 받아볼 수 없다는 것을....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오른손에게 모질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른손이 써버리는 편지에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숨을 쉰다고 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대에게 알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른손은 다시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고 두 인생은
평생을 젖어 있는 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끔찍히 사랑해 주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충분히 미쳐 있던 상황에서도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려던
오른손을 모질게 내려버린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도 사랑했던 그대를
다시 한 번 만지게 된다면 나는 이미
미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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