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짧은 추억

그 일기장의 첫장을 넘겼습니다.

그곳에 담겨진 우리들 만의 추억들이 다시 내게로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그 옛기억들을 웃으며 생각해낼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1년전 오늘의 만남을 말입니다.




━━━━━━━━━━━━━━♬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1997년 11월 23일


♡♡♡ 그 녀 의 일 기 ♡♡♡

1.
통신에서 만나 처음으로 한사람과 인연을 맺은...
그를 오늘 만나러 간다.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될 장소가 그의 집과 우리집의
딱 중간지점인 경주로...
버스밖의 풍경들이 모두 예쁘게만 보인다.
오빠를 알게된 지난 시간들이 창가로 스쳐지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통신에서나 전화로도 무척이나 자상하고 애교많은
오빠였는데 실제 모습도 그러할까?
오빠 말로는 아주 못생겼다는데...하하~

2.
아..큰일이다. 약속시간이 30분이나 늦어버렸다.
먼저 오는 사람이 삐삐치기로 했는데..
벌써 내삐삐가 세번째 울린다.
.. 초조하다..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일찍 나오는 건데...

3.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오빠에게 말하던 말이 생각났다.
까만 코트를 입은 사람을 찾으라고 ...
어디선가 날 혹시 보고있는건 아닐까...
어디에 있을까...우선 전화부터 해야겠다.

4.
전화박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고 너무나 익숙한 그의 삐삐
번호를 눌렀다..

" 어..오빠 난데 ..........."

그리고 뒤를 돌아보게 됐다.
언제부터 그렇게 서있었을까...
블루진에 베이지색 가디건의 옷차림....
하얀얼굴에 선한눈을 가린 갈색안경......
그런 그는 갸우뚱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5.
미소만 머금은 그에게 내가 먼저 악수를 건넸지만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전화로는 그렇게 얘기도 잘했는데...
언제나 딱딱한 수화기속에서나 들을수 있었던 오빠의
목소리가 지금 바로 내곁에 있었다.
우린 그렇게 그다지 어색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오랜 연인
처럼도 아닌 마냥 그렇게 서로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커피한잔을 비우고
내가 좋아하는 포켓볼을 쳤다.
내차례가 돌아오면 가만히 나를 응시하며 각도를 맞춰주는
오빠가 너무 자상하게 느껴졌다.
장난아닌 실력에도 내게 져준듯한 느낌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오빤 내내 썰렁한 얘길하며 나를 즐겁게 했다.

이제 겨울인지 제법 쌀쌀한 기운이 거릴 감돌았다.
가끔씩 아니 계속 오빠팔에 팔짱을 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7.
하늘이.. 어제 비가 온 탓인지 구름이 낮게 깔려져 있었다.
그 구름위로 해는 점점 감춰지고...
우리집의 엄한 단속때문인지 오빤 저녁이 되자 내내 초조해
했다. 다시 터미널로 가는 차안에서 이젠 헤어진다고 생각
하니 오빠얼굴에서 눈을 땔수가 없었다.
오빠가 어색하게 내게 물었다. 내가 좋아질것 같냐고...
얼른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속에서 맴돌기만 했다.

8.
차표을 끈고 차표를 찍고...정말로 헤어져야 했다.
울산가는 차는 왜그렇게 빨리 출발하는지....
차에 올라앉아 차창 밖으로 오빨 봤다.
버스가 출발할때까지 오빤 내내 그렇게 처음 그 모습데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 의 일 기 ♥♥♥

1.
그녀를 이제 드디어 만나러 간다.
혹시나 그녀가 기다릴까봐 일찍 일어났다.
내가 그녀를 위해 일주일동안 용돈을 모아온것과...
그녀에게 보이기 위해 청바지와 신발까지 산건 그녀는
모를꺼다.
어제 자른 머리가 너무 짧은 것 같다.
아침에 손질한 머리카락이 망가질까봐 잠도 못자겠다.
허긴..잠도 안오지만....
통신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때가 생각난다.
그 수많은 사람들중 그녀를 알게된건 정말 행운인거 같다.

도착하니 30분이나 일찍인걸..
이제 조금후면 그녈 볼수 있겠지.

2.
저기 까만코트가 보인다.. 그녀일까..

" 미정아? 여기 벤취앞이거든 여기로 와..알았지? "

어..그런데 아무런 ..... 그녀가 아닌가 보다.
내가 그녀를 못알아 보다니...

이럴줄 알았으면 옷을 좀 두껍게 입고 나올걸 그랬다.
버스에서 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녀인것만 같다.

3.
그녀..그녀인가..
갈색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전화박스로 향하고 있다.

4.
문을 두드려 볼까..
핫~ 그녀가 날 봤다.
그녀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머릿속으로 상상해왔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바로
내앞에 있었다.
뭐라고 처음 말을 건네야 할지 머리속이 온통 빈것만 같다.
그녀가 먼저 내게 악수를 건네왔다.
손이 너무 따뜻하다...

5.
이른 시간에 문을 연 키피숍을 찾느라고 그녀를 너무 오래
걷게 한거같다.
해즐넛향기에 추위에 얼어버린 그녀의 얼굴이 맑게
펴지고 있었다.
한번씩 쓸어넘기는 그녀의 머리칼이 아주 부드러워 보였다.
내가 하는 이야기마다 웃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쁘다.

6.
그녀와 빨간색으로 포장한 하이킹거릴 걸었다.
그녀의 향기인지 내 머릿속을 지나 바람속으로
지나쳐 버렸다.
까만코트속에 감춰진 그녀의 손이 빠져나올줄 모른다.

7.
구름사이로 이제 더이상 해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오래있고 싶지만 차시간이 끊길거 같다.
터미널로 가는 버스안에서 그녀에게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내가 좋아질것 같냐고.. 어렵게 그말을 꺼냈는데...
그녀는 그냥.. 웃기만 한다.

8.
이제 곧 저 버스가 그녀를 데리고 사라지겠지...
그녀를 실은 버스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할수있는건...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가 끊긴줄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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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정한 벗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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