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도록 사랑한 너이지만
- 좋은글 모음
- 2001. 9. 3. 10:37
그를 만났습니다. 짧게 짜른 머리를 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내게 '머리는 다시 또 기는데...'라던 그는 어느새 머리가 몰라보게 많이 길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많은 시간이 흘렀나봅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시는 누루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또박또박 눌러보았습니다. 제발...없는 번호이길... 제발...바뀐 번호이길... 하지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그였습니다. 나와 헤어지며 '니가 원하면 전화번호를 바꿀께'라던 그에게 전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대 반...불안한 맘으로 누른 전화기에선 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빠....나야...잘지내?...맥주 한잔 할래?..' 우리는 약속을 하고... 저는 이제 그를 만나기 위해 화장을 합니다. 오늘따라 화장이 왜이리 되지 않을까요? 화사한 모습으로 그에게 가고 싶은데...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약속장소로 갑니다....그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요? 우리가 잘가던 카페문앞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에게 받은...한번도 빼지 않았던 반지를 빼야 할지... 그가 그 반지보고 부담스러워 하지 않도록 하고싶었습니다... 카페문을 들어섭니다. 기다리다 지겨웠는지 잡지책 한권을 들고 나를 바라보는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닌듯 보였습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그냥 애꿎은 휴지조각만 만지작 거립니다. 짧게 짜른 머리를 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내게 '머리는 다시 또 기는데...'라던 그는 어느새 머리가 몰라보게 많이 길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많은 시간이 흘렀나봅니다. '나...디자인팀으로 옮겼어...' -음...그래...-내가 하는 말에 그는 그냥 대답만합니다. 예전같으면 둘이서 파티라도 했을텐데...나보다 더 기뻐했을 그였을텐데... 그는 담담하게 대답만 합니다. '오빠...안 기뻐?...난 오빠가 기뻐해줄거라 생각했는데...' -응....기뻐....잘됐네....-그의 표정은 하나두 안 기쁜 것 같은데.. 그 이후...많은 얘기를 했습니다...물론 그는 듣고만 있구... 저는 그동안 준비했던 얘기들을 책을 읽듯 하나...둘..읽어내립니다...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에게 그저 나 요즘 잘해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파서 만난 것인데.. 그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만난 것인데.. 술은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드나 봅니다. 술이 좀 과했나봅니다. 그에게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찍힌 명함을 하나 들이밀었습니다. '오빠에게 꼭 주고 싶었어....'그의 눈이 살짝 빛나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는 저를 살며시 안아버립니다. 오랫만에...그의 품에 안겨봅니다. 너무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슴에... 아무런 말도 없이...떨리는 그의 어깨를 느끼며... 우리는 한동안을 그렇게 서로의 가슴에 묻혀 소리없이 울고 있습니다.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던 그가...혼자말처럼 중얼거립니다. -예전엔 니가 머리핀 하나 사는 것까지 다 알았었는데...눈물이 흐릅니다.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오늘에야 다 흘러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와 참 많은 것을 했었습니다. 한순간이라도 그가 없이는 힘들것만 같이 그와 나의 시간은 더 없이 아름다웠고... 그의 사랑이 나에겐 ... 너무도 많았습니다.... 이제 시간이 되었나봅니다...그를 이제 보내줘야 합니다...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 버린 시간이 무정하지만 그를 보내줘야 하기에... 그와 나...끝내 돌아섭니다. 자꾸만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행복해야돼....오빠와 나... 약속했던 것처럼... 세상에 모든 일이 자기 소원대로 이루어진다면... 재미없는 세상일까요? 그래두... 헤어지고 죽도록 후회하는 맘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렇게 다시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1년이라는 시간동안 후회하고 있는데... 이제 그만 나의 소원을 들어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사랑이라는 거.. 좋을 땐 그렇게 죽고 못살더니... 헤어지니 어쩜 이렇게 냉정해지는 건지... 참... 무섭습니다....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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