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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3.12.14 갑자기 어질 어질

갑자기 어질 어질

'꼬마 뇌졸중'을 아십니까.

겨울철, 뇌졸중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꼬마 뇌졸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꼬마 뇌졸중이란 본격적인 뇌졸중 발작에 앞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전조 증상. 의학 전문용어론 '일과성(一過性) 뇌허혈(腦虛血)'이라 부른다.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뇌의 혈액 부족현상이란 뜻. 노원 을지병원 신경과 구자성 교수의 도움말로 꼬마 뇌졸중에 대해 알아본다.




◇ 왜 생기나= 동맥경화로 푸석푸석해진 혈관에서 혈전이라 불리는 피떡이 떨어져 나오다 뇌혈관을 막아 생긴다. 완전히 꽉 막게 되면 본격적인 뇌졸중이 발생한다. 그러나 꼬마 뇌졸중은 수분에서 수십분 동안 살짝 막았다가 다시 풀린다는 점에서 뇌졸중과 다르다. 막혀있는 동안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차단되면서 뇌가 일시적 마비상태에 빠진다. 물론 혈액 공급이 재개되면 증상이 씻은 듯 사라진다.

◇ 누가 잘 걸리나=꼬마 뇌졸중의 최대 위험요인은 고혈압이다. 수축기 혈압 1백40 이상, 이완기 혈압 90 이상인 경우다. 혈압은 높을수록 혈관에서 혈전이 잘 생긴다. 수압이 센 수도관일수록 녹이 잘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은 이치다. 심장이 파르르 떠는 부정맥도 조심해야 한다. 심장이 떨 때 심장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경동맥이라 해서 목에서 맥박이 만져지는 굵은 혈관이 좁아진 경동맥협착증도 뇌혈관의 원인이 된다. 이 밖에도 담배와 커피.기름진 육류.운동 부족.당뇨.복부 비만 등은 꼬마 뇌졸중을 잘 일으키는 간접 원인이다.

◇ 증상은 어떤가= '손놀림이 어색해지면서 넥타이를 제대로 매지 못한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데 혀가 돌아가지 않아 발음이 어눌해진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쓰러질 것 같다'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팔.다리의 감각이 무뎌지거나 움직이는 것이 시원치 않다' 등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어느 경우든 공통점은 다음 두가지다. 첫째, '갑자기'나타난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제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증상이다. 둘째, 조금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대개 수십초에서 수분이며 길어야 서너시간이다.

◇ 꼬마 뇌졸중은 행운?=꼬마 뇌졸중을 경험한다면 역설적이지만 그 자체로 행운이다. 본격적인 뇌졸중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귀가 잦으면 뭐 된다'는 속담 그대로다. 꼬마 뇌졸중이 잦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돌이킬 수 없는 뇌졸중이 발생한다. 그러나 꼬마 뇌졸중은 전체 뇌졸중 환자 10명 중 한두명만 경험할 수 있다. 나머지 8~9명은 꼬마 뇌졸중 없이 바로 본격적인 뇌졸중이 찾아오는 불행한 경우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저절로 좋아진다고 해서 '컨디션이 나빠서겠지'라며 속단해선 곤란하다. 자신의 뇌혈관을 언제 막을지 모르는 예비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를 연상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옳다. 보약이나 휴식은 정답이 아니다. 바로 병원을 찾아 뇌혈관 상태를 점검해 봐야 한다. 꼬마 뇌졸중을 비롯한 뇌혈관 질환의 전문 진료과목은 '신경과'다. 신경외과가 아니다. 신경외과는 뇌수술이 필요할 때 찾는다. 먼저 신경과에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꼬마 뇌졸중은 뇌졸중에 준하는 예방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액을 묽게 만드는 항응고제나 혈전이 잘 안 생기게 하는 아스피린 등 약물요법이 그것이다.

◇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혈액검사를 통해 혈액에 콜레스테롤 등 기름기가 얼마나 많은지, 혈압은 얼마나 되는지 등 기본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담배를 피우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55세 이상의 고령자는 뇌졸중 기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기본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뇌혈관을 아프지 않고 간편하게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뇌혈류검사(뇌초음파 검사)를 받도록 한다. 여기에서도 이상이 나타나면 MRI(자기공명 영상 촬영)검사나 MRA(자기공명 혈관 촬영)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으면 된다. MRI나 MRA는 비용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가장 정확하게 뇌혈관의 뇌졸중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글=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esther@joongang.co.kr>